비행기를 타는 순간, 우리는 많은 온실가스를 하늘에 남기고 있습니다. 이 칼럼은 항공 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비CO₂ 물질이 지구 온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고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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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단거리 항공편 금지: 저탄소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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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BC)
2023년, 프랑스 정부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차로 2시간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는 더 이상 국내선 항공편을 타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도입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파리에서 보르도(Bordeaux), 낭트(Nantes), 리옹(Lyon) 등으로의 항공편은 폐지되고, 대신 고속철도(TGV)를 이용하도록 유도되었습니다.
왜 프랑스 정부는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이 정책은 연구 결과에 기반합니다. 단거리 비행은 장거리 비행보다 킬로미터당 탄소 배출량이 최대 70% 더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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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탄소발자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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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는 순간, 우리는 단지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탄소라는 이름의 흔적을 남깁니다. 바로 이것이 ‘비행기의 탄소발자국’입니다. 이 말은 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가로지를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와 다양한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총체적인 영향을 의미해요.
단순히 연료를 태우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비행기에서 나오는 것이 탄소만이 아니라는 것인데요. 비행기가 고도 높은 하늘을 가를 때, 비행운(콘트레일)이 생기고, 그로 인해 얇은 구름이 펼쳐지며 지구의 열을 이불처럼 덮어두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여기에 질소산화물, 수증기, 입자상 물질까지 더해지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커집니다.
이른바 ‘비CO₂ 효과’를 포함하면, 항공 산업이 전체 인류 활동에 의한 온난화의 약 3.5%나 차지하게 됩니다(EESI).
예를 들어볼게요.
◾ 1시간짜리 국내선 비행 → 약 250kg CO₂ 배출
◾ 같은 거리 기차 이용 → 겨우 4kg CO₂ 배출 (출처: unwto.org)
숫자만 봐도 놀랍죠? 즉 기차는 비행기보다 60배 이상 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입니다. 그러니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땐 기차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지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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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하늘에 남기는 것은 흰 꼬리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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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하늘에 남기는 것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 이산화탄소(CO₂) : 오래 남는 흔적
비행가 내뿜는 가장 많은 배출물은 이산화탄소입니다. 전체 배기가스의 약 70%를 차지하며, 제트 연료 1kg이 연소되면 무려 3.16kg의 CO₂가 배출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배출된 CO₂의 20%는 수천 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 연료 1kg → CO₂ 3.16kg 배출
◾ 배출된 CO₂의 20%는 수천 년간 대기 잔존
▶ 비행운(콘트레일): CO₂보다 강력한 온난화 요인
비행기가 지나간 하늘에 하얗게 남는 길쭉한 꼬리, 그게 바로 ‘비행운(Contrail)’입니다.
비행운은 비행기가 내뿜는 뜨거운 배기가스 속 수증기와 미세한 입자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생기는 얼음 결정 구름입니다. 이 구름은 지구에서 방출되는 복사열을 우산처럼 가두어, 대기의 온도를 높이는 온실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CO₂보다 최대 3배 더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무서운 꼬리입니다.
심지어 비행운이 점차 퍼져서 형성되는 권운(cirrostratus)은 하늘을 덮는 얇은 이불처럼 작동하면서, 태양빛은 통과시키고 지구의 열은 가둬버리는 기후 영향력을 갖고 있어요.
◾ 비행기에서 나오는 수증기 + 미립자 → 얼음 결정 → 비행운 형성
◾ 지구 복사열을 가두어 CO₂보다 최대 3배 강력한 온난화 효과
◾ 수시간에서 하루 이상 대기 중 지속되며 권운(cirrostratus) 형성
(출처: EE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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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항공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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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성장할수록, 더 바빠지는 하늘 길
항공 산업은 세계 경제의 성장과 밀접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0년 전 세계 GDP는 약 33조 8천억 달러, 그리고 2018년에는 약 86조 4천억 달러로 무려 2.5배 증가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전 세계 항공 여객 수송량도 정확히 2.5배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즉, 경제가 성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게 된다는 거죠.
◾ 2000년 세계 GDP: 33.8조 달러
◾ 2018년 세계 GDP: 86.4조 달러 (2.5배 증가)
◾ 항공 여객 수송량도 2.5배 증가
미래 항공 수요는 지금보다 세 배 이상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1995년부터 2045년까지의 글로벌 항공 여객 수요 예측 그래프를 통해, 2045년까지 수익 여객 킬로미터(RPK)는 지금보다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계 총 승객 교통량: 역사와 예측
(출처: EESI)
- 과거 1995–2015 : 연평균 약 5.4%씩 증가하며 항공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 미래 2015–2045 : 다소 완만해지긴 하지만 여전히 연평균 4.1~4.3% 성장이 전망됩니다.
이 수치는 항공 산업의 경제적 중요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항공의 책임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주 비행기를 타게 될수록, 그만큼 더 많은 탄소를 하늘에 남기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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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행기는 탄소 감축이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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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hocusWire)
환경단체 Clean Air Task Force(CATF)는 경고합니다.
"현재 추세 지속 시, 2050년에는 항공 산업이 전 세계 CO₂ 배출량의 최대 25%를 차지할 수 있다.“
우리 일상에서 탄소 줄이기라면 전기차, 재생에너지, 채식 같은 다양한 대안을 떠올릴 수 있죠. 하지만 비행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왜 항공은 탄소 감축이 어려울까?
항공기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기본적으로 연료 연소에 기반합니다. 제트 엔진은 고도의 속도와 출력을 유지 해야 하므로, 현재로선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습니다.
전기 항공기는 현재 소형 위주이며, 장거리나 대형 상업 비행기에는 아직 적용이 어렵습니다. 또한 비행운은 고도와 기온, 습도 등 복잡한 변수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항공 기술의 탄소 저감 발전 속도보다 항공 수요의 증가 속도가 더 빠릅니다. 팬데믹 이후 쏟아지는 여행 수요, 전자상거래로 늘어난 화물 운송 등으로 항공산업은 지금도 고속 성장 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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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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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ction Renewables)
물론 대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항공 산업도 변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 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바로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입니다. 이 연료는 식물성 원료나 폐기물, 심지어 조류로부터 만들어지는 바이오 연료로, 기존 제트 연료보다 최대 80%까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가격이 일반 연료의 3~5배 이상이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되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 전기 항공기와 수소 항공기 기술 개발
◾ 항로 최적화로 비행운 줄이기
◾ 항공기 무게 경량화 및 연비 개선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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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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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술 발전만 기다릴 수는 없죠.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서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가까운 거리는 기차, 전기차,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항공편을 예약할 땐 탄소 상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2050년 항공의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 교통수단 선택: 비행기 대신 기차, 전기차, 버스 등 탄소 배출이 적은 교통수단을 이용합니다.
◾ 숙박 시설 선택: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물 절약 시스템 등을 갖춘 숙소를 선택합니다.
◾ 지역 식자재 소비: 현지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섭취하여 식품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입니다.
◾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재사용 가능한 물병, 식기, 쇼핑백 등을 지참하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입니다.
◾ 탄소 상쇄 프로그램 참여: 비행기 여행의 탄소 배출을 보완하기 위해 탄소 상쇄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가 됩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그대로, 지구에는 조금 더 가볍게. 다음 비행기를 예약할 때, 하늘 위로 남기는 보이지 않는 흔적까지 생각해 본다면, 이미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 |
"지속 가능한 관광은 환경 보호와 보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반기문(전 UN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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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연제 국장
참고자료
Clean Air Task Force – Aviation Emissions
World Economic Forum – Travel & Emis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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